목소리의 비밀 
 
 ▲내가 듣는 목소리, 내 목소리가 아니다

휴대전화 음성사서함에 남긴 목소리는 영 내 것이 아닌 남의 목소리만 같다.

듣기엔 어색하지만 녹음된 목소리가 남들이 듣는 객관적인 '내 목소리'에 가깝다.

이는 목소리를 내게 되면 공기중으로 전파되는 음파의 진동을 듣는 것 뿐만 아니라 성대 진동을 통해
생겨나는 몸의 진동을 통해 전달되는 자신의 목소리를 함께 듣기 때문이다. 순수한 목소리 만이 아니라
울림에 의한 소리가 함께 들리기 때문에 자신이 듣는 내 목소리는 남들이 듣는 것 보다 좀 더 부드럽고
떨림이 강한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날계란 도움 안돼요

흔히 목소리를 부드럽게 하는 방법으로 '날계란'을 떠올린다. 매끄러운 감촉이 성대를 감싸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날계란은 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날계란의 끈끈한 단백질 성분이
성대에 눌러붙어 진동을 나쁘게 하는 것.

하루 6~10잔 이상의 물을 마시면 성대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단 카페인이 들어있어 목을 건조하게 하는 커피나 홍차, 녹차는 삼가는 것이 좋다.

▲목소리에도 지문이 있다, 성문

개인의 목소리는 소리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이를 눈으로 직접 보고 비교할 수 있게 나타낸
것이 성문(聲紋)이다. 손가락 마다 고유의 지문이 있듯이 목소리에도 개인의 특성을 담은 성문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목소리 변조에 능숙한 성우나 성대모사꾼들의 경우에는 어떨까?
아무리 목소리를 다르게 변화시킨다해도 그 사람을 찾아낼 수 있다.

▲목소리 떨림증도 일종의 병이다

소심한 사람이 대중 앞에 서면 목소리가 떨리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진정제가 차분한 목소리를
찾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무시로, 뚜렷한 원인 없이 목소리가 떨린다면 ‘연축성 발성장애’이다.

성대는 목소리를 낼 때 떨림현상과 함께 열리거나 닫혀야 하는데 이 과정이 불규칙적으로 일어나면
연축성 발성장애가 나타난다. 근본치료법은 없지만 성대에 보톡스를 주입하면 3,4달 증상이 완화된다.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사람들 앞에만 서면 목소리가 떨린다면 평소 거울을 보며 말하는 연습을 충분히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말할 때 턱이 앞으로 나오면 톤이 탁해지고 거칠어지기 때문에 턱을 최대한 뒤로 당기고 귀가 어깨
라인과 일치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혀와 입술을 이완시키기 위해 '아, 에, 이, 오, 우'를 과장되게
반복 연습을 하는 것도 좋으며, 하루에 5분 가량은 소리를 내 책을 읽어보는 것도 목소리 떨림증을

없애는데 도움이 된다.

▲애교 목소리 많이 쓰면 본래 목소리 잃어

섹시한 느낌을 풍기기 위해, 혹은 그야말로 애교스러움을 떨기 위해 가성을 낸다.
하지만 목소리 건강 측면에서 좋은 습관은 아니다.

애교 목소리는 결국 목에 힘을 주어 성대를 팽팽하게 만들어야 나오고 성대의 진동수를 높여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닫혀있기 보다 열려 있는 시간이 많아져 성대는 건조하게 된다. 성대가 마르면
성대 결절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교사, 가수나 연설을 자주하는 성직자들에게 성대

결절이 잘 생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대로 멋있게 보이려고 목소리를 낮게 깔아도 목소리에 이상이 올 수 있다. 성대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해 굳은 살이나 염증이 생기는 것. 이는 지속적으로 성대모사나 모창을 했을 때도 나타난다.

도움말·영남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송시연 교수 [ 매일신문사]- 2007년 04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