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만날 ‘낯’이 뜨겁지?

피부에는 혈관들이 있는데, 이 혈관들은 자율신경의 조절을 받아서 굵기가 커지기도 하고 줄어들기도 한다. 심리적으로 긴장하고 부끄러운 일을 당하거나 화가 나는 상황 등에서는 자율신경이 자극을 받아 혈관이 늘어나게 되고, 많은 양의 혈액이 늘어난 혈관을 통해 이동하므로 피부가 붉게 보인다. 이런 증상은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에도 나타난다. 안면홍조(facial flushing)는 이와 같은 여러 요인에 의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인데 모든 사람에게 정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반응이다. 몸의 다른 부위에 비해 얼굴 피부에 혈관이 더 많이 분포하고 피부 두께가 얇아서 혈관들이 잘 비춰보이기 때문에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얼굴이 단순히 일시적으로 붉어지는 상태가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보다 더 쉽게, 더 심하게 붉어지고 붉은 증상이 더 오래 지속되는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하다.

안면홍조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은 다양하다. 감정 변화가 심한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도 쉽게 자극을 받게 되어 안면홍조가 잘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술을 마셨을 때 더 자주 안면홍조가 나타나는데 특히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를 적게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 얼굴이 유달리 붉어진다. 뜨겁거나 매운 음식 외에도 치즈나 초콜릿 등 여러 가지 음식들이 안면홍조를 유발할 수 있다. 내분비 질환이나 혈액 질환 등 다른 질환이 있는 경우에 안면홍조가 나타나고, 폐경기 여성들에게 안면홍조가 흔히 나타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른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 약물이 안면홍조를 유발하기도 하는데, 염증성 피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오랫동안 연고를 바르는 경우나 혈액순환 개선제나 고혈압 약 등을 먹은 경우에 나타날 수 있다.

사소한 자극에도 체질적으로 혈관이 잘 늘어나 생기는 주사(rosacea)라는 피부 질환이 있는데 이 질환의 증상으로도 안면홍조가 나타난다.

혈액순환 개선제나 고혈압 약 먹어도 나타나 안면홍조는 그 원인에 따라 치료를 해야 한다. 과도한 정서적 자극이 원인인 경우에는 안정된 감정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정서적 자극 요소를 최대한 피해야 한다. 자율신경의 자극에 의한 혈관 확장을 억제하는 약이 도움이 되고 감정적 변화가 심한 경우에는 심리 상담 치료가 필요하다.

술에 의해 안면홍조가 유발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음주를 절제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이외에는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다.

다른 질환에 의해 유발된 경우에는 당연히 원인 질환을 치료해야 하며, 폐경에 의해 유발된 홍조는 호르몬 요법이나 먹는 약으로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잘 늘어나는 소인을 가진 사람들에게 생기는 주사라는 질환에 따라 나타난 안면홍조는 치료가 쉽지 않고 점차 홍조가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 문제가 된다.

또한 안면홍조는 그 원인에 상관없이 혈관을 늘어나게 하는 생활습관에 의해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그 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자외선 차단제를 자주 바르고 가급적 직사광선을 피해야 하는데 자외선에 노출되면 혈관을 지지하는 탄력 섬유가 파괴되어 혈관이 쉽게 늘어날 수 있다.피부가 급격한 온도 변화나 온도차가 심한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겨울철 추운 공기에 피부가 노출되는 것을 가급적 피하고 너무 뜨거운 물로 세안을 하거나 목욕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가능하면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인들을 피하는 것이 좋은데, 알코올 성분이 많이 함유된 화장품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고 피부에 자극을 주는 마사지도 피하는 것이 좋다.

지루성 피부염이나 여드름과 같이 얼굴에 다른 피부 질환이 있는 경우에 치료를 위해 바르는 약들이 안면홍조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치료를 해야 한다.맵거나 뜨거운 음식, 치즈, 초콜릿, 카페인이 포함된 음식 등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으며, 안면홍조 치료를 위해서 금주는 매우 중요하고 담배도 삼가는 것이 좋다.위염 등 소화기 질환이 유발 또는 악화 요인이 되므로 이런 질환들이 의심되는 증상이 있을 때는 치료를 받는 것이 안면홍조의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평소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일상 생활에서 여유 있고 긍정적인 태도로 감정의 심한 변화를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주사라는 피부 질환은 10대 이후에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코를 중심으로 양 볼이 붉어진다.처음에는 얼굴이 자주 붉어지다가 나중에는 얼굴이 항상 붉은 상태가 되고 쉽게 달아오르면서 화끈거린다.시간이 더 지나면 증상이 점차 더 심해지는데, 여드름과 비슷한 모양으로 뾰루지 같은 것이 생기고 노랗게 고름이 잡힌 농포가 생기기도 한다.얼굴 피부 여기저기에 늘어난 실핏줄이 비쳐 보이는 경우도 있다.

더 심해지면 염증이 심해지면서 모공이 넓어져 피부가 오렌지 껍질 모양으로 거칠어지고 피부가 울퉁불퉁해지기도 하는데 특히 코끝과 콧방울 피부가 울퉁불퉁하게 증식해 딸기코 모양이 되기도 한다.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주사’는 심각한 질환주사가 생기는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지만 혈관이 쉽게 늘어나는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에게 발생하고 내분비 이상, 소화기 질환, 혈관 운동의 이상, 감염, 비타민 결핍, 카페인 음료의 과용, 음주, 진드기, 정서적 자극 등이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런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주사가 발병한다고 여겨진다.주사는 일단 증상이 나타난 후 만성적으로 서서히 진행되면서 점점 증상이 악화되고 자극을 받으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사춘기에 다른 원인 질환이 없으면서 안면홍조가 자주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주로 혈관이 잘 늘어나는 소인이 있다고 여겨지고 반복적으로 혈관을 늘어나게 할 수 있는 자극에 노출되어서 결국 20~30대에 주사로 이행된다.

주사 환자들은 똑같은 자극에 대해 정상인들보다 혈관이 더 쉽게 늘어나고 늘어난 혈관이 원래대로 잘 회복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따라서 자극에 대한 노출이 반복되면서 점차 혈관이 늘어나는 정도가 더 심해지고 그 결과로 주사의 증상이 더 심해진다.시간이 지나면서 늘어난 혈관들은 다시는 원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

주사의 치료는 혈관이 늘어나서 안면홍조를 유발할 수 있는 자극을 최대한 피해야 하고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을 꾸준히 사용해야 한다.이미 늘어난 혈관을 파괴하는 다양한 종류의 혈관 레이저 치료가 효과적이고 비타민 K 연고를 바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여러 가지 치료 방법들을 병용해서 호전시킬 수 있지만 재발을 잘 하기 때문에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와 자극 요소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얼굴이 심하게 달아오르거나 항상 붉은 얼굴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다.환자들은 대부분 주위 사람들로부터 “대낮부터 술을 마셨느냐?”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대인 관계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하지만 이런 증상이 치료를 받아야 할 피부 질환에 의한 것이고, 치료를 하면 좋아진다는 사실을 몰라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흔하다.

‘주사’라는 피부 질환 명을 들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는 의사들도 피부과를 전공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 질환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일반적인 피부염 치료 연고나 복합제 연고를 처방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이런 경우에 처음에는 항염증 효과로 인해 증상이 나아지는 듯하다가 치료를 계속하면서 증상이 훨씬 악화되고, 특히 안면홍조나 주사가 몸 내부에 열이 많아서 이 열이 얼굴로 발산되어 생긴다는 잘못된 지식으로 부적절한 치료를 받다가 증상이 악화된 후에 피부과를 찾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주사는 진행되는 질환이므로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안면홍조가 있는 사람들은 가능한 한 빨리 피부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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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상계백병원 피부과·인제의대 교수)